쉬어도 안 풀리는 피로, 한약 연구에서는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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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천 경희약손한의원 서세욱 원장입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잘 자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면 더 피곤해요. 병원에서 피검사도 했는데 다 정상이래요. 한약 먹으면 좀 나아질까요?"
이런 질문에 저는 "좋아집니다"라고 쉽게 답하지 않습니다.
대신 지금까지 나온 연구가 무엇을 말하는지 보여드리는 편입니다.
오늘은 실제로 학술지에 실린 연구 두 편을, 어려운 말 없이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한약을 쓴 쪽이 안 쓴 쪽보다 좋아진 사람이 훨씬 많았습니다. 연구 일곱 개, 총 476명을 모아서 본 결과입니다.
- 얼마나 차이가 났냐면 — 그대로인 사람이 다섯 명 중 한 명 꼴로 줄었습니다.
- 일곱 개 연구가 따로따로 진행됐는데도 결과가 엇갈리지 않았습니다. 다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 가짜 약과 비교한 다른 연구에서는 '피곤함' 점수가 실제로 좋아졌고, 피 검사 수치까지 같이 좋아졌습니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눈여겨볼 만합니다.
본인이 느끼는 것과 피를 뽑아서 재는 것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연구 하나 — 흩어져 있던 연구 일곱 개를 모았습니다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보중익기탕과 그 변방의 효과 : 체계적인 문헌고찰」
남동현, 대한한의학회지, 2020년, 41권 1호 93-106쪽
연구 한 편만 보고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어쩌다 그렇게 나왔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같은 주제의 연구를 여러 개 모아 한꺼번에 다시 계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논문이 그렇게 했습니다. 국내외 자료실 여덟 곳을 뒤져서, 조건에 맞는 연구 일곱 개(476명)를 찾아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한약을 쓴 쪽에서 증상이 그대로인 사람이 훨씬 적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한약을 안 쓴 쪽에서 다섯 명이 그대로였다면, 한약을 쓴 쪽에서는 한 명 정도만 그대로였다는 뜻입니다.
다른 처방과 같이 쓴 경우에는 차이가 조금 더 벌어졌습니다.
(전문 용어로는 상대위험도 0.20, 병용 시 0.15입니다. 1.0이면 차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제가 더 중요하게 본 것이 있습니다.
일곱 개 연구는 서로 다른 곳에서 따로 진행된 것들입니다.
그런데도 결과가 엇갈리지 않았습니다. 어떤 연구는 좋다 하고 어떤 연구는 아니다 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연구마다 말이 다르면 평균을 내도 소용이 없습니다.
여기서는 일곱 개가 한 목소리였습니다. 이런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습니다.
논문을 쓴 분도 마지막에 "한약을 쓴 쪽이 전반적인 증상 개선에서 더 나았다"고 정리했습니다.
연구 둘 — 가짜 약과 비교했습니다
「고령 쇠약 환자에 대한 보중익기탕의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임상연구」
Satoh N 외, Phytomedicine, 2005년, 12권 8호 549-554쪽
앞의 연구가 "여러 개를 모아서 크게 본 것"이라면, 이 연구는 "한 번을 아주 깐깐하게 본 것"입니다.
사람은 "좋은 약을 먹고 있다"고 믿기만 해도 실제로 좀 나아집니다.
그래서 진짜 약의 힘을 보려면 이 부분을 걸러내야 합니다.
이 연구는 이렇게 했습니다.
- 겉모습이 똑같은 가짜 약을 만들었습니다
- 환자도, 진찰하는 의료진도 누가 진짜를 받았는지 몰랐습니다
- 기운이 없다고 호소하는 어르신 15분(평균 78세)이 참여했습니다
- 6주씩 두 번, 중간에 2주 쉬면서 확인했습니다
한약 연구에서 여기까지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 몸 상태를 스스로 매기는 설문에서 점수가 좋아졌습니다
- 기분 상태를 재는 검사에서 여섯 항목 중 네 항목이 좋아졌습니다 — 피곤함, 긴장·불안, 짜증, 멍한 느낌
- 피 검사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가 늘었습니다
여기서 '피곤함' 항목이 직접 좋아졌다는 점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기운이 좀 나는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아닙니다.
피곤함만 따로 재는 항목에서 변화가 잡힌 것입니다.
마지막 항목도 의미가 있습니다.
몸을 지키는 면역 세포인데, 이건 기분 탓으로 바뀌지 않는 숫자입니다.
본인이 느끼는 것과 피 검사 숫자가 같이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전문 용어로는 SF-36 신체 영역 점수, POMS 여섯 항목 중 네 항목, CD3·CD3CD4 양성 세포입니다.)
논문을 쓴 분들은 "기운이 없는 어르신들의 삶의 질과 면역 상태가 좋아졌다"고 정리했습니다.
두 연구를 나란히 놓고 보면
성격이 아주 다른 두 연구가 같은 쪽을 가리켰습니다.
- 앞의 연구 — 사람이 많습니다(476명). 대신 하나하나 깐깐하게 보진 못했습니다
- 뒤의 연구 — 사람은 적습니다(15명). 대신 가짜 약까지 써서 아주 깐깐하게 봤습니다
서로의 약한 곳을 메워 주는 모양입니다.
수가 많은 쪽에서도, 깐깐하게 본 쪽에서도 결론이 같았습니다.
다만 이런 점은 알고 보셔야 합니다
숫자만 보고 판단하지 않으시도록, 논문에 적힌 그대로 옮깁니다.
- 모은 연구 일곱 개가 모두 중국에서 한 것입니다. 진단 방식이 우리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이번 결과는 '전반적인 증상'에 대한 것입니다. 피곤함과 잠의 질만 따로 떼어 보기에는 자료가 모자랐다고 논문에 적혀 있습니다.
- 뒤의 연구는 15분, 그것도 평균 78세 어르신이 대상입니다. 40대 직장인 피로에 그대로 갖다 붙이기는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방향은 분명한데, 아직 모든 경우에 다 적용할 만큼은 아니다입니다.
그래서 한의원에서는 논문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사람을 보고 정합니다.
한의원에서는 이렇게 봅니다

첫째, 같은 "피곤하다"도 속은 다릅니다
몸이 처지고 속이 편치 않아 기운이 안 나는 분이 있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예민해진 채로 지쳐 있는 분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똑같이 "피곤하다"지만 봐야 할 곳이 다릅니다.
검사에서 정상이라는 말은 큰 병은 아니라는 확인입니다.
지금 몸이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소화, 잠, 순환처럼 수치로 잘 안 잡히는 부분을 하나씩 짚어보면 실마리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약은 진찰하고 나서 정합니다
논문에 나온 약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쓰지 않습니다.
맥을 보고, 배를 만져보고, 그동안 어떠셨는지 들어본 다음에 그분에게 맞춰 정합니다.
셋째, 언제 확인할지 미리 정해둡니다
무작정 오래 드시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몇 주 뒤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보자"고 미리 정해두면, 그때 같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변화가 없으면 방향을 바꾸거나 다시 살펴봅니다.
넷째, 한약을 집에서 지어 드시지 마세요
약재가 같아도 섞는 비율과 양이 다르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지금 드시는 다른 약과 맞는지도 봐야 합니다. 한의원에서 상태를 보고 처방해 드립니다.
다섯째, 이런 경우엔 검사를 먼저 권해드립니다
드물지만 다른 이유가 숨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 가만있는데 몸무게가 자꾸 줄 때
-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릴 때
- 주무실 때 코골이나 숨이 멈추는 일이 있다고 들으셨을 때
이런 경우에도 오시면 같이 확인해 드립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안내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그래서 한약이 피로에 도움이 된다는 건가요?
A. 연구에서는 한약을 쓴 쪽이 더 나았다는 결과가 여러 번 나왔습니다. 다만 연구 수가 아직 많지는 않습니다. 저는 "가능성이 뚜렷하게 보인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효과를 장담하기보다, 언제 무엇을 확인할지 정해두고 시작합니다.
Q. 검사에서 다 정상이라는데, 참는 수밖에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검사 정상은 큰 병이 아니라는 확인입니다. 소화, 잠, 순환처럼 수치로 안 잡히는 부분을 짚어보면 실마리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얼마나 먹어야 알 수 있나요?
A.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다만 시작할 때 확인할 시점을 정해두시길 권합니다.
Q. 커피나 에너지음료로 버티는 건 어떤가요?
A. 급할 때는 어쩔 수 없습니다. 다만 그건 회복이 아니라 미루는 쪽에 가깝습니다. 카페인은 잠의 질을 떨어뜨려 다음 날 피로를 더 키우기도 합니다. 오후 늦게 드시는 습관이 있다면 그것부터 줄여보시길 권합니다.
마무리하며
"한약 먹으면 좀 나아질까요?"
이 질문에 근거를 가지고 답할 수 있는 자료가 쌓이고 있습니다.
방식이 전혀 다른 연구들이 같은 쪽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피로는 오래되면 익숙해집니다.
익숙해지면 "원래 이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게 되고, 그러다 확인할 기회를 놓칩니다.
쉬어도 풀리지 않는 피로가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면, 한 번은 내 몸이 어느 쪽인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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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경희약손한의원 서세욱 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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