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먹으면 살찌나요? — 늘어나는 분과 빠지는 분이 나뉘는 이유
Table of Contents
안녕하세요? 이천 경희약손한의원 서세욱 원장입니다.
보약을 지어 드리겠다고 말씀드리면 거의 매번 따라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한약 먹으면 살찐다던데 괜찮을까요?"
"친구가 한약 먹고 5kg 쪘다고 하더라고요."
오늘은 이 질문 하나만 정면으로 답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약은 살을 찌우는 약이 아닙니다.
다만 한약을 드시는 동안 체중이 느는 분은 실제로 계시고, 그건 대부분 입맛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드셔 보신 분들을 놓고 보면 대략 세 갈래로 나뉩니다.
- 느는 분 — 입맛이 돌아와 먹는 양이 늘어난 경우
- 그대로인 분 — 가장 많습니다
- 빠지는 분 — 부기가 정리되거나, 체중 조절을 목표로 처방받은 경우
탕약 한 팩에 든 열량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탕약은 약재를 물에 달여 우려낸 물입니다. 한 팩의 대부분은 물이고, 밥 한 공기에 견줄 만한 열량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약을 먹어서 그만큼 살이 붙었다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체중이 늘었다면 다른 경로가 있습니다.
그럼 왜 늘까요
보약을 지으러 오시는 분들이 처음에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입맛이 통 없어요."
"조금만 먹어도 더부룩해서 못 먹겠어요."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비위(脾胃) 기능이 떨어졌다고 봅니다. 요즘 말로 하면 먹은 것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힘이 약해진 상태입니다.
치료가 잘 되면 이 기능이 먼저 돌아옵니다. 그러면 밥맛이 납니다.
몇 달 동안 반 공기 드시던 분이 한 공기를 비우게 되니, 체중은 자연히 따라 올라갑니다.
약이 살을 찌운 것이 아니라 원래 드시던 만큼 드시게 된 것입니다.

반대로 빠지는 분도 계십니다
몸이 잘 붓는 분들이 그렇습니다. 아침에 얼굴이 붓고 저녁이면 다리가 무거운 분, 반지가 뻑뻑해지는 분들이 계십니다. 한의학에서는 수습(水濕)이 고여 있다고 표현하는데, 몸의 물이 제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머무는 상태를 말합니다.
순환이 정리되면서 이 부분이 먼저 빠지면 체중계 숫자는 오히려 내려갑니다. 살이 빠진 것이 아니라 고여 있던 물이 정리된 것이라, 몸이 가볍다는 말씀을 같이 하십니다.
느는 게 반가운 경우와, 한 번 짚어볼 경우
같은 "2kg 늘었다"도 안을 들여다보면 다릅니다.
반가운 쪽은 대개 이렇게 옵니다. 밥이 맛있어졌고, 먹고 나서 더부룩하지 않고, 오후에 처지던 것이 덜하고, 잠이 붙습니다. 몸이 채워지면서 체중이 따라 오는 경우입니다.
한 번 짚어볼 쪽은 이렇습니다. 먹는 양은 그대로인데 숫자만 오르고, 배나 다리가 무겁고, 아침에 몸이 뻑뻑합니다. 이건 소화가 좋아진 결과라기보다 순환이나 부기 쪽 문제일 때가 많아 처방 방향을 다시 봅니다.
그래서 다음 진료에서 체중과 함께 식사량·부기·대변·수면을 같이 여쭤봅니다. 이 네 가지가 같이 좋아졌다면 방향이 맞게 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가 먹을 때는 어떤가요
소아 한약을 상의드릴 때 어머님들이 꼭 물어보십니다. "우리 애 살찌면 어떡해요?"
아이는 자라는 중이라 체중이 느는 것 자체가 정상 경과입니다. 봐야 할 것은 체중만 오르는지, 키와 같이 오르는지입니다. 그래서 아이는 매 내원 때 키와 체중을 같이 재두고 흐름으로 봅니다.
잘 안 먹어서 마른 아이라면 먹는 양이 느는 것이 처음 목표가 됩니다. 반대로 이미 체중이 넉넉한 아이라면 식욕을 크게 올리지 않는 방향으로 잡습니다.
체중이 느는 게 부담스러우시면
진료실에서 미리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그에 맞춰 처방 구성이 달라집니다.
- 기운을 올리는 쪽에 무게를 둘지, 순환과 부기 쪽에 둘지 방향을 바꿉니다
- 단맛이 강한 약재의 비중을 조절합니다
- 시작하는 날 체중을 재두고, 4주 뒤에 함께 확인합니다
마지막 항목이 실제로는 가장 도움이 됩니다. 재두지 않으면 늘었는지 줄었는지가 기억과 기분으로만 남습니다.
재실 때는 같은 시간, 같은 옷차림으로 재시는 편이 좋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다녀오신 뒤가 하루 중 가장 일정합니다. 저녁에 재고 아침에 재면 1kg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해서, 그 숫자로 판단하면 없는 변화를 걱정하시게 됩니다.
약을 복용하는 동안 식사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입맛이 도는 시기에 끼니를 건너뛰는 것이 오히려 체중을 흔듭니다. 한 끼를 거르면 다음 끼니에 몰아서 드시게 되고, 늦은 시간에 몰아서 먹게 되면 체중으로 붙게 됩니다.
세 끼를 비슷한 양으로 나눠 드시고, 저녁을 너무 늦은 시간에 드시지 않는 것. 이 두 가지만 지키셔도 드시는 동안의 체중은 대체로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물론 드시는 시간대나 피해야 할 음식이 처방마다 다를 수 있어, 이 부분은 약을 드릴 때 따로 안내해 드립니다.
다만 한 가지는 말씀드립니다
한약을 드시는 동안의 체중 변화를 약 하나 때문이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몇 주 사이에 계절이 바뀌고, 활동량이 달라지고, 자는 시간이 달라집니다. 몸이 편해지면 움직이는 양도 같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절대 안 찝니다"라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대신 비위 기능을 많이 회복시키는 약을 쓸 때는 미리 말씀드립니다.
"한약에 살찌는 성분이 들어 있다던데요"
스테로이드 이야기입니다.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탕약에는 그런 성분을 넣지 않습니다. 넣을 이유도 없고, 넣어서도 안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살을 빼려고 한약을 먹어도 되나요?
목표가 다르면 처방이 달라집니다. 다이어트 한약 처방을 받으시면 식욕 조절과 가만히 있어도 운동되는 효과로 인해서 체지방이 분해되고 근육이 정상 범위로 회복됩니다. 식사도 같이 조정하셔야 하고, 그 부분은 상담에서 함께 말씀드립니다.
Q. 늘면 몇 kg이나 느나요?
숫자로 미리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체중이 많이 빠져 계시던 분은 회복되면서 눈에 띄게 오르고, 원래 체중이 유지되던 분은 큰 변화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중보다 먼저 달라지는 것은 대개 입맛과 오후 컨디션이라, 그쪽을 먼저 확인하게 되고, 입맛과 오후 컨디션이 회복된 이후에 체중이 늡니다.
Q. 살이 찐 건지 부은 건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하루 안에서 차이가 크면 부기 쪽입니다. 정강이 앞을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자국이 한동안 남는지도 같이 보시면 됩니다.
Q. 다 먹고 나면 다시 빠지나요?
입맛이 돌아온 결과로 늘어난 체중은 대개 유지됩니다. 회복이 목표였던 분께는 그게 잘 된 경과입니다. 반대로 늘어난 것이 부담스러우시면 다음 처방에서 방향을 조정하거나 다이어트 처방을 받으시면 됩니다.
마무리하며
"한약 먹으면 살찌나요"라는 질문의 속뜻은 대개 "모르는 사이에 몸이 달라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입니다.
지금 드시는 것이 어떤 목표를 가진 약이고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 알고 드시면 그 걱정은 대부분 사라집니다. 궁금한 점은 진료 때 편하게 물어봐 주십시오.